[논평] 누구를 위한 여권법 개정인가?(2011.07.04)

작성: 한국교회언론회 2011년 7월 4일 월요일 오후 4:17

정부(외교통상부)가 그동안 문제점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여권법”을 기어이 국무회의에서 곧 통과시키려 하여, 반발을 사고 있다. 정부가 이 법을 개정하려는 목적은 한국인이 해외에서의 위법행위로 인하여 국위를 손상한 사람에 대하여 여권발급 또는 재발급을 제한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조치는 일견 이유가 있어 보이나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실제적으로 범법자에 대한 제재도 있지만, 실상은 해외에서의 인권활동, 선교활동에 대한 제한으로 비춰진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신설될 여권법 제23조 2항에, ‘국위손상 자에 대하여 강제 출국처분 확정일자 또는 확인불가 시 재외공관이 통보한 실제 강제출국일로부터 다음 각 호에 따른 기간 동안 여권의 발급 또는 재발급을 제한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는데, 3목에 보면, ‘국외 위법행위로 인하여 해당국가가 대한민국에 대하여 공식적인 항의·시정·배상·사죄 등을 제기한 경우, 국외 위법행위로 인하여 해당국가가 대한민국 또는 대한민국 국민에 대하여 권익을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정책을 신설·강화한 경우’ 등에 1년간 여권 발급에 제한을 가한다는 것이다.

또 제1목에서는 ‘여권 발급 제한 기간이 종료하기 전에 재차 국위 손상자로 해당하는 경우’에는 3년까지 제한하는 규정도 있다. 결국은 해당국가의 요청만으로도 내국인을 ‘범죄자’처럼 취급하여, 여권발급을 최대 3년까지 제한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그 외에도 여기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인권활동이나 종교 활동은 범죄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1목에서 지정하는 것처럼, 살인, 강도, 납치, 마약 제조, 성매매와 같은 죄질이 나쁜 경우와 2목에서 규정하는 여권을 변조하거나 위조하는 따위의 범죄행위는 용납하기 어렵다. 그러나 인권활동을 한다든가 종교 활동을 하는 것은 이와는 다르다. 이에 대하여 범법자로 규정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현재 인권 문제는 전 세계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이다. 인권 문제는 자국이나 타국에 상관없이 보호받아야 할 권리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종교도 마찬가지이다. 종교 문제로 활동을 제한하는 나라는 분명히 그 나라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둘째는 이런 제한은 국민의 기본권인 헌법을 침해하는 것이다. 헌법에는 신체의 자유, 종교의 자유, 양심의 자유, 정신활동에 관한 자유가 있다. 그런데 이를 제한해 달라는 해당국가의 요청에 따라 자국민의 활동을 정부가 스스로 제한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행위이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여권법은 이미 한 차례 폐기된 적이 있다. 이 법은 지난 2009년 외교통상부 재외국민 보호과에서 입법예고 했으나, 2010년 행정규제개혁위원회에서 철회 권고되어 폐기된 적이 있었다. 이를 다시 같은 부 여권과에서 올 해 초 입법 추진한 것이다.

정부가 옥석(玉石)을 가리지 못하고, 명백한 범법자와 인류의 보편타당한 가치를 높이기 위해 활동하는 사람들을 같은 범법의 범주에 포함시켜 여권발급을 제한하려는 조치는 이해하기 어렵다. 이러한 법은 당연히 철회·폐기되어야 마땅하며, 정히 입법하려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마무리해야 할 것이다.

 

만약에 이러한 법을 정부가 국민의 소리를 외면하고 기어이 만든다면, 우리나라는 스스로 인권 탄압에 동조하고, 종교의 자유에 제한을 가하는 후진국임을 자처하는 행위가 될 것이다. 정부가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를 명심해야 할 것이다.

현재 이법은 7월 4일부터 10일간 '입법예고'된 후 여론수렴을 거친 후 시행될 상황이다. 이 법을 만드는 주체는 외교통상부이며, 관련 부서는 법제처와 행정안전부(차관국무회의)이다.